문학에 대한 믿은 끝까지 지킬것 개표방송과 특집 다큐멘터리를 보느라 잠을 설친 투표 다음날, 당선 소식을 들었다. 잠결에 대통령 당선이라는 얘기인지 무슨 당선이란 건지 수화기 저편의 말들을 제대로 헤집지도 못하고 '네, 네'만 연발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야, 그게 나의 일임을 깨달았다. 뜻밖의 일이다. 대통령 선거도 그러하고 나의 일 또한 그러하다. 오랫동안 냉소와 환멸 속에서 나는 아무 것도 믿지 않고, 아무 것도 희망하지 않으며 돼먹지 못한 포즈만으로 간당간당 버텨왔다. 그러는 사이에도 신념을 잃지 않고 자신의 텃밭을 일구며 묵묵히 길을 걸어온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한없이 부끄럽다. 성석제에 관한 글은 이들에 대한 헌사이자 나의 참회록이다. 대통령 개표 결과를 보고 한 선배 언니가 말했다. "무섭다. 이제 정직하고 공명정대한 사회가 되면 나같이 요행수로 살아온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 물론 농담이지만, 마음 한 켠이 선뜻했다. 많이 달라지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나, 나 또한 포기하지 않으리라. 내 글이 힘이 될 수 있다는 희망, 정직과 진실이 통하는 세상에 대한 희망, 문학이 이러한 세상을 일구고 추동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며, 수많은 타인들에게 말을 거는 힘든 노력을 잊지 않을 것이다. 한동안 12월 초입, 첫눈이 내릴 무렵이면 아직 잉크도 덜 마른 원고를 안고 시내를 종종거리던 날들이 있었다. 비평은 아니었지만, 한 해의 마감처럼 그렇게 원고를 던지고 종로의 어느 허름한 막걸리집에서 술을 몇 잔 마시고 나오면 거짓말처럼 눈발이 날리곤 했다. 오랜 방황 끝에 첫눈 맞던 그때로 돌아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함께 눈을 맞고 술을 마셔주던 사람들이 있다. 꿉꿉한 반지하방에서 문학과 삶을 함께 고민하며 수많은 시간 동안 내게 버팀목이 되어준 영원한 후원자이자 문우인 미라 언니와 명자 언니,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후배 상희, 기꺼이 내 글에 힘을 실어준 도연, 지영, 경 언니, 그리고 가족들에게 빚진 게 많다. 게으른 제자를 늘 믿어주시고 따뜻하게 웃어주신 김인환 선생님과 고려대 선생님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김주연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늘 걱정만 끼쳐드린,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린다. <약력> ▲1969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