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일 어렵지만 즐거운 노동 오래 전 친구와 허름한 다방에 앉아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키 작은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점쟁이였죠. 손금도 보고 생년월일도 물었던 것 같습니다. 점쟁이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나더러 심장이 약하다고 했습니다. 심장. 그날 들었던 다른 말들과 함께 그 말은 곧 잊혀졌습니다. 한참이 지난 어느 해부턴가 조바심이 일었습니다. 어디엘 가도 누구를 만나도 마음이 떨렸습니다. 문득 점쟁이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지요. 심장이 약한 탓일 게야….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마음의 떨림을 잊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다시 두렵고 떨리는 마음뿐입니다. 째깍째깍, 머릿속에서 시계 바늘이 움직입니다. 날마다 허둥거립니다. 글을 핑계로 밀쳐둔 일상들에 미안함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나는 여기저기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일 없이 살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재능이 부족한 내게 소설 쓰기는 어려운, 그러나 즐거운 노동입니다. 어두운 상자 속에 갇혀 있던 파일을 불러 꺼내봅니다. 화면 위로 기호 같은 글자들이 떠오릅니다. 떠 있는 글자들 안에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강물에 일렁이는 천 개의 달처럼 글자들마다 그들의 지문이 찍혀 있습니다. 고마운 분들이 많습니다. 든든한 울타리였던 당신, 아버지의 산소 앞에 노란 국화 한 다발을 바치고 싶습니다. 나의 방에 틀어박힐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어머니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늘 혼자 놀아야하는 상연에게 정말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글 공부는 인생 공부라는 가르침을 주신 윤후명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미흡한 글 읽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약력> ▲1964년 전남 벌교 출생 ▲1987년 서울대 사대 윤리교육과 졸업 ▲현재 서울 역삼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