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향연? 40편이라는 많은 응모작들을 읽는 일은 쉽지 않았다. 더욱이 그 수준이 상당하여 우열을 가르는 일이 만만치 않아서 심사자를 숨막히게 했다. 그 중에서도 10여편은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하더라도 무방할 정도였다. 글의 주제와 대상들도 다양했다. 최승호, 성석제, 김연수, 황동규, 김기택, 박민규, 한강, 문태준, 공지영, 김수영, 김명인 등을 대상으로 한 작가론들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에코페미니즘, 여성시인들의 성문제, 미래파 논쟁, 이주민 문제 등 폭넓은 부문에 걸쳐 흥미 있는 접근을 보여주었다. 모두 우리 문학이 부딪치고 있는 쟁점과 깊은 관계에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비평문의 현학성과 난해성이라는, 기성 평론의 최근 통폐가 지망생들에게까지 일반화되고 있는 느낌의 발견은 안타깝다. 니체와 구로자와 등을 거론하면서 진리의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한 성석제론, 오디세우스를 출발로 한 문태준론, 유령학이라는 코드로 해부의 칼을 든 김연수론(김연수론은 모두 3편) 등은 주목할 만한 글들이었으나, 바로 이러한 함정을 피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평론은 분석과 비판이 본질이다. 좋은 문장은 논리 전개의 훌륭한 도우미이지만, 비평가와 문장가가 반드시 동의어는 아니다. 문체과잉이 난해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이유가 많은 응모작들에게서 발견된다. 그러나 얼핏 보아 문장이 현란해 보이는 평문들에 의외로 오문과 비논리가 적지 않아 엄격한 수련과 성실성이 그리웠다. 대상작가 선택의 적실성도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김연수론 “‘안/밖’의 공존, 유령작가의 비유클리드 공간”(박연옥)은 이러한 관점에서 가장 건실한 문장과 논리전개를 보여주어 신뢰를 얻었다. 최승호론(박성필)이나 김명인론(류경동)도 당선작에 비해 거의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