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안·밖'의 공존, 유령작가의 비유클리드 공간―
김연수의 '스무 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성 명 : 박연옥

’제논의 역설’ 속에서 발 빠른 아킬레스를 끊임없이 달리게 하는 힘은 그의 달리기 실력이 아니다. 아킬레스와 거북이 사이에 벌어질 수밖에 없는 간격, 그 거리의 ‘있음’으로 해서 아킬레스는 달리지 않을 수 없다. 문학, 아니 소설은 나에게 늘 저만치의 거리를 두고 달아나고 있다. 발 빠르지 않을뿐더러, 느리고 눈치 없는 내가 따라잡기에 소설이란, 무릇 문학이란 숨이 벅찬 상대다. 허나 어찌 하겠는가, 거북이는 저만치 달아나고 있으니 아킬레스도 나도 달릴 수밖에.

‘푸릇푸릇한’ 꿈들이 소금에 절여지듯이 숨이 죽어가고 남루함을 지나 치졸함으로 자리를 옮겨가던 즈음, 블랑쇼의 ‘바깥의 사유’는 나의 무능과 무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혹 나의 무능과 무지가 나의 능력이 될 수 있지는 않은지. ‘말할 수 없음’이 말하고 있는 무한한 말들이 문학의 기원은 아닌지. ‘바깥’으로 내딛는 나의 첫발을 눈여겨 보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모교의 은사님들께는 좋은 글로 보답하겠다는 다짐으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하려 한다. 마지막까지 원고를 보아준 인환형, 성천형, 태호형 그리고 현대문학연구회 선배와 동료들, 그 질책과 애정으로 여기까지 왔다. 소주 한잔 하자는 말로 에둘러서 고마움을 전한다. 가족들에게는 서른여섯 해 동안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했다. 반가운 새해 선물은 온전히 그네들의 몫이다. 오랜 친구 선형과 민지, 스무 살을 함께 지나온 ‘들녘’ 사람들에게 아주 오래된 안부를 묻고 싶다. 다들 잘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지긋지긋한’ 나를 오늘까지 견뎌 준 남편, 종필형 사랑합니다.

▲1971년 서울 출생

▲경희대 국문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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