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에서 넘어온 작품은 ‘인형풍경’(신명희), ‘낙서족’(이효정), ‘혀’(김희진), ‘사각지대’(박윤주), ‘실어증에 대한 소고’(이종태), ‘내 피에는 설탕이 많아’(김성순), ‘색’(이희진), ‘쥐덫’(장정옥) 등 모두 8편. 전체적으로 보아 작품의 소재와 내용의 다양성이 돋보였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색’과 ‘혀’.
‘색’. 염색업을 하는 독신녀의 내면을 다룬 것. 이 작품의 특이성은 섬세한 여성적 색채감각과 그 저 너머에 있는 삶의 덫을 그려낸 점. 누구나 삶의 덫이 있는 법이지만 이 작품의 그것은 알비노(백색증)의 체질과 출생 비밀에서 왔다. 아쉽게도 이 두 연결점이 미진해보였다.
‘혀’. 이 작품의 중심 문장은 ‘불길한 징조처럼 보였다’이다. 작중화자인 벙어리 청년 ‘나’가 관찰하는 불길한 징조란 무엇이었던가. 어느 날 갑자기 가까운 사람들을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이 혀를 잃어간다는 것. 입에서 빠져나온 혀들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현상을 다룬 이 작품은 우화적 수법과 어울려 말이 가벼워진 오늘의 세태를 유려하게 드러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