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의 모든 결정권이 내 손안에 있듯, 내 인생 또한 내 맘대로 써 내려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난 부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고, 전 세계를 맘껏 여행할 수 있었을 것이며, 한 나라의 권력자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불행은 나를 피해 가고, 슬픔도 이별도 실패도 없는 인생이 내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글 밖에서의 나는 한낱 피조물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컨트롤 돼야만 하는 인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굶어야 하고, 암흑의 구렁텅이에 빠져야 하고, 온갖 고통의 연속에 살아야 하는 게 나인 것이다. 비록 내 삶은 내 맘대로 써지진 않을 테지만, 내가 써온 글과 앞으로 써야 할 글들은 내 삶을 조금 웃게 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이들까지도. 이제 들어와도 된다고 누군가가 문을 열어 주려는 걸까. 마침 나는 손발이 꽁꽁 얼어가던 차였고, 그 문 너머의 세계가 몹시도 궁금하던 차였다. 지금 문턱에 서 있는 나는, 다만 내 발로 그 문을 박차고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휴지조각이 될 뻔한 내 글을 휴지통에서 건져 올려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1976년 광주 출생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