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 심사평 - 김주연 문학평론가 “세밀한 읽기 통한 의미 제시… 겸손한 문체 인상적”
◇ 김주연 문학평론가
한강을 다룬 3편의 응모작은 모두 당선권에서 각축을 다투었다.
선배 소설가 최윤을 함께 분석한 ‘부재하는 주체, 분화하는 화자―최윤, 한강의 여성적 글쓰기와 애도’(정서화)도 훌륭한 글이었지만, 한강 소설가 한 사람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2편의 평론 ‘화려한 숨결의 날갯짓―한강론’(한지우)과 ‘죽음(들)을 건너는 ‘견딤’의 윤리―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읽기’(이지연)는 비평이 소설 텍스트와의 공감대 위에서 펼쳐질 때, 확실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수작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당선작으로 결정된 이지연씨의 평론은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한 세밀한 읽기를 통해서 그 의미를 차분하게 제시함으로써 소설이 주는 감동을 훼손하지 않고 추가한다.
소설이 남긴 “윤리의 잔여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는 타자의 재현에 언제나 실패한다”고 적어놓고 이때 드러나는 진실을 새로운 시작의 조건으로 삼을 수 있기를 담담하게 제언한다. 겸손한 문체는 오히려 평론의 담대한 힘이 된다. 이씨에게 당선을 양보한 한씨의 작품도 감각적인 문체와 함께 단문으로 된 문장의 흐름이 한강 작가의 소설과도 어울리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으나, 뜻밖에도 비문(非文)이 적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여성주의라고 할 수 있는 현상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관찰된다. 그 하나는 시, 소설, 평론 등 모든 분야에서 여성작가들의 대거 진출이다. 다음으로는 그들이 다루는 테마가 여성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여성문제라는 것은, 관습과 윤리, 이념 등에서 소수자의 자리에 여성이 위치해 있다는, 즉 억압받는 자라는 문제의식의 전면적인 현실상징으로서 나타난다.
가령 이번 응모작들 가운데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 3편은 물론 ‘다시 낡은 것이 되기 전에: 여성의 결속과 분열 사이’(박다정), ‘우주의 음기, 무당이자 폴터가이스터로 존재하는 여성주의 시들’(정여진)은 이러한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