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죽음(들)을 건너는 ‘견딤’의 윤리 :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성 명 : 이지연
평론 당선소감- 이지연

“한강 소설서 느낀 문학의 힘… 뜨겁게 견디며 쓸 것”




새벽만 되면 말들이 끓어오르곤 했다. 두서없이 쏟아지는 그것들을 담아낼 곳이 없어 방황했었다. 무뎌지고 싶지 않으나 무디지 않으면 세계의 가속(加速)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버려진 말들과 함께 맨 뒤에 남아 언제나 황망했다.

한강의 소설은 그런 나에게, 무뎌지지 않은 말들이 어디로 향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그의 책에 새겨진 끈질긴 ‘쓰기’의 사투가 나를 일깨웠다. 허무와 냉소로 침잠하다가도 불현듯 일렁이는 빛의 흔적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덕분에 고통으로부터 인간을 건져 올리는 문학의 힘을 나는 믿는다. 믿을 수 있게 되었다.

연남경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광대한 문학의 지반 위 비평의 세계가 얼마나 깊고 곧게 놓일 수 있는지 가르쳐 주셨다. 선생님이 계셨기에 외롭거나 슬프지 않았다. 아낌없는 애정과 지도를 건네주신 이화의 선생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부족한 글에서 가능성을 보아주신 심사위원 김주연 선생님께, 그리고 세계일보사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생의 가장 큰 조각을 물려주신 엄마와 늘 그곳에서 묵묵히 기다려주신 아빠께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동생 승헌에게도, 고맙다. 항상 옆에서 손잡아 준 대학원 선후배들에게도 무한히 고맙다. 서툰 나를 늘 같은 자리에서 믿고 기다려주는 소중한 친구들. 따뜻한 말과 포근한 위로를 전해 준 내 곁의 모든 이에게, 깊게 묻어 둔 마음을 보낸다.

『검은 사슴』을 처음 읽던 날을 떠올린다. 짙게 깔린 어둠과 폐허와 죽음의 흔적으로부터 어쩐지 물컹한 온기를 느꼈다. 그것의 출처가 견디어내는 삶, 에 있었음을 그때는 몰랐다. 지금도 다는 알지 못한다. 다만 더듬으며 나아갈 뿐이다. 지독하게 잔혹한 세계와, 그럼에도 끝내 견딤으로써 가능해지는 어떤 삶-쓰기의 윤곽을.

그러니 새삼 속삭여 본다. 멀리까지 외치기에는 나의 음성이 너무나 볼품없는 탓이다. 멈추지 않겠노라고. 차갑게 가라앉는 대신 뜨겁게 견디며 쓰겠노라고.

유독 추웠던 근래의 밤이, 조금은 덜 추워지기를 바란다.


김유림씨 약력

▲ 1990년 서울 출생
▲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박사 수료
▲ 현재 대학 출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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